캐나다는 동서로 국토가 넓은 관계로 캐나다영어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영국영어 더하기 미국영어인것은 분명하지만 언어학적으로는 영국영어, 미국영어와는 아예 다른 방언으로 취급합니다. 그러니 지난번에 얘기했던 대로 캐나다에서 북미표준영어를 배운다는 전제 자체가 틀린 것이 되며, 그 중에서도 동부 끝자락 어촌에서 북미표준영어를 배울수 있다고 생각하는것도 무리스럽습니다.
일단 캐나다인들에게 미국영어랑 똑같은거 쓰지 않느냐고 물으면 반응이 상당히 미지근해집니다. 물론 서부 밴쿠버쪽을 비롯해서 매니토바까지는 점점 발음이 미국화돼 있지만 전반적으로 철자는 영국식 영어철자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미국식 스펠링을 쓰면 감점대상이 되고 지적을 받기 때문에, 캐나다에서 문서를 쓸 때에는 워드프로그램에서 언어선택을 English(United States)가 아닌 English(Canada)로 바꿔야만 정확한 스펠링을 사용할 수 잇습니다. 대표적으로 centre, cheque, colour, neighbour등이 그렇습니다. 그럼 몇가지 사례를 좀더 들어 보겠습니다.
스펠링에 있어서는..
프랑스어 어원의 단어들 중에서 미국영어에서는 -or, -er로 끝나는 단어들은 거의 예외없이 -our, -re로 바뀌어 영국영어의 스펠링과 유사하게 됩니다만 모두 그런것은 아닙니다. 예를들어 미국에서는 defense로 쓰는 단어가 캐나다에서는 defence로 바뀌지만 형용사 defensive는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offence와 offensive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미국영어와 유사하게 따라가는 부분이 -ize로, 영국에서는 -ise로 끝나는 단어들이 대부분 realize, recognize와 같이 사용되어 상당히 혼란스럽게 됩니다.
이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차이점은 역사적 배경이 있는사례도 있는데, 예를 들어 수표 cheque는 캐나다가 과거에 영국계 금융기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캐나다의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서 tyre대신에 tire가 캐나다 표준스펠링입니다. Robie st.에서 tyre파는 가게는 영국인이 하는 샵인지 지나갈때마다 생각나긴 합니다.
발음에 있어서는..
Canadian raising과 canadian shift라는 특징적인 발음의 변화가 캐나다 전 지역에 걸쳐 관찰되는 미국영어와의 차이점입니다. 동부 애틀린틱 지역에서 아일랜드어, 스코틀랜드어 계열의 발음특징이 있는것은 지난번에 말씀드렸으니 여기서는 캐나다 공통적인 사항만 정리해 봅니다.
Canadian shift는 북미영어의 cot-caught merger현상과 비슷하지만, 미국영어에서 cot/caught가 동일하게 caught로 발음되는 반면에 캐나다영어에서는 cot로 발음되는 현상입니다. 발음학적으로 cot-caught merger를 포함해서 pin-pen merger, mary-marry-merry 정도 알고있으면 영문과 석사정도 레벨들하고 같이 얘기가 될 겁니다. 발음쪽은 발음기호를 같이 적어야 자세히 표현이 되는데 지금 제 컴퓨터에 특수문자 입력하는 기능이 없어져서 일단 말로만 설명합니다.
단어에 있어서는..
미국에서 10학년이라고 하면 10th grade라고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냥 grade 10 라고 하며, 영국에서는 year 10 라고 합니다. 제가 프랑스어는 크게 잘 못하지만 퀘벡 프랑스어에서는 sec 4 (secondary 4 == grade 10) 이라고 합니다.
미국영어의 college는 4년제를 포함해서 고등학교 이후의 교육기관을 통틀어서 의미하지만 캐나다에서는 한국식의 전문대와 동일한 의미로 쓰며, 캐나다에서 college에 다닌다는 것은 직업관련 학위취득이 목표지만 university student는 좀더 학문적인 관점에서 학위취득을 목표로 하는 학생인 점이 분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표준도량형에 있어서는 트뤼도시대, 그러니까 지금의 트뤼도 총리가 아닌 1968년의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 시절에 미터법단위가 광범위하게 도입되었습니다. 현재는 거리, 부피, 소비량, 날씨에 있어서까지 거의 미터법으로 통일된 상태지만 아직도 요리(주방)관련 단어는 파운드, 피트, 인치 등 임페리얼 단위를 섞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통관련해서는..
교통쪽인 미국영어와 영국영어식 표현을 공통적으로 같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철도를 railway, railroad 둘 다 사용하며, 왕복승차권은 round-trip(미국식), return(영국식) 모두 캐나다 표준입니다.
법률관련..
개인적으로 캐나다 법원에 여러번 방문하면서 이쪽 단어는 상당히 익숙한데요, 보고있나 정XX 캐나다 변호사는 barristers and solicitors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캐나다변호사 자격은 법정에서의 변호(barrister)와 사무적인 변호(solicitor)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자격인 점이 영국계 변호사와 다른 부분입니다. 영국, 호주 등에서는 두 업무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변호사자격도 둘 중 하나로 발급됩니다. 그렇지만 캐나다법원 판결문 같은데에 보면 변호사를 solicitor for the Plantiff와 같이 사무변호사로 호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미는 barrister의 의미입니다.
Attorney 역시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이것은 상당히 넓은 범위의 법률대리인을 의미합니다. 즉 법정에서 법률적 대리인 자격을 위임받은 자는 물론이며, 형사재판에서 정부측 입장에서 변호하는 crown attorney, 캐나다-미국간 크로스보더 소송에서 캐나다변호사들이 미국변호사를 attorney라고 부르거나, 또는 캐나다 법무법인에서 미국법을 담당하는 미국변호사를 attorney라고도 합니다. 캐나다 법원이야기는 나중에 좀더 자세하게 쓸 기회가 될것 같습니다.
구어 표현에 관해서는..
Rubber라고 하면 구어표현으로는 미국/캐나다 공통적으로 콘돔을 의미합니다만, 캐나다에서는 학교에서 쓰는 지우개eraser로도 쓰며, 방수덧신같은것을 뜻하기도 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외에 알파벳 z는 영국식 발음(정확하게는 앵글로유러피언 발음입니다만)인 zed로 읽으며, 미국식으로 zee라고 읽으면 학교에서는 감점이고 일상대화에서는 분명히 여기는 캐나다라고 얘기하는 투덜이스머프들이 나타날 겁니다.
영어관련 포스팅은 핼리팩스에서 북미표준영어를 배운다는 얘기가 자꾸 나와서 사실 말도안되는 얘기죠 전남대학교 어학당에서 서울표준어 배운다는 얘기하고 똑같습니다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고 있는데, 의외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검색유입이 많으면 (캐나다법원 이야기 포함해서) 계속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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