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대학에 잠시라도 학적을 두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황당무계한 생각이라고 할 대화가 캐나다 시골의 입시학원에서 버젓하게 횡행한다. 대학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영에 가까운 사람들이 세치 혀로 교육시장을 교란시키는 중이기에 토론토대학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둔다. 토론토대학에 가서 사진한장 찍어본게 전부일듯한 업자들이 토론토대학 입시컨설팅을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할말을 잃게 만든다.
Velut arbor ævo
세월에 따라 거목으로 자라나는 나무처럼
(누구에게나 교육기회는 공평해야 한다는 토론토대학의 교육철학)
토론토대학교는 1827년 영국성공회 계통의 킹스컬리지로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비종교계열 학교가 되면서 토론토대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에 와서는 St. George의 주 캠퍼스와, Scarborough 및 Missisauga의 서브캠퍼스로 운영중이다.
킹스컬리지에서 토론토대학교로 교명을 변경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킹스의 총장이 따로 트리니티컬리지를 분리해서 설립했고, 그 후 50년이 더 지나서 1900년대 초반에 돼서야 트리니티컬리지와 토론토대학교가 서로 화해하여 현재의 토론토대학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토론토대학교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처럼 13개의 컬리지를 통틀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컬리지간의 색깔이 확연하게 다르며 그들간의 경쟁의식 역시 보통을 넘는다. 이 중에서 특이한 컬리지 일부와 공대만 좀더 살펴본다.
Trinity College
학생수는 학부와 석박사를 합쳐서 2천명이 조금 안되는, 규모면에서는 조금 작은 컬리지이나 역사적 분리통합과정에서 그들만의 엘리트의식이 생긴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의 시내행진을 보면 트리니티는 다른 컬리지들이 서있는 순서에 상관없이 "We wait for Nobody!"를 외치면서 무조건 앞으로 치고나가며, 이외에도 주요 간부급 학생의 옷을 찢는 의식이라던가 비밀조직 등 좀 이해하기 어려운 전통이 많다.
St. Michaels College
본래 카톨릭학교지만 분위기는 카톨릭스럽지 않다. 거의 매일 파티가 열리는건 기본이며, 다른 컬리지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때 지급하는 콘돔도 세인트 마이클스에서만 지급하지 않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수녀들이 관리하는 여자기숙사에 남학생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공과대학
공대는 소속된 컬리지가 없으며, 트리니티와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전통이 많으며 졸업은 어렵지만 졸업하기만 하면 초봉 6만~8만달러 수준으로 채용된다. 하지만 다문화가 일상적인 온타리오에서도 토론토대학 공대는 아시아인의 비중이 너무나 높아서 오히려 백인들이 소수민족 취급을 받는다. 참고로 광역토론토에서 여유있는 백인가정 자녀들은 그런저런 이유로 토론토대학보다는 상당히 먼 거리의 퀸즈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공대 과잠바는 대단히 난해한 디자인으로, 얇고 못생겼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대 과잠바는 양반 수준으로 만들며, 가격은 디자인에 따라 500$을 쉽게 넘긴다. 무려 가죽이지만 선배들이 바닥에 던져서 짓밟아주는 전통이 있다.
이 블로그에서 토론토대학 졸업이 어렵다고 여러번 언급했지만 사실 졸업학점요건은 1.85/4.0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과목을 D학점으로 도배해도 졸업하는것 자체는 가능하다. 다만 이런 학점으로는 졸업장을 받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일찍 다른 길을 선택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토론토대학에 입학하는 이유는 졸업후에 각종 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진출하거나, 혹은 유수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다. 즉 한국인들의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토론토대학을 졸업하는것 자체는 공대졸업을 제외하고는 인생의 진로와 큰 관계가 없다.
공대는 졸업하기만 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BP 등 정유관련 다국적기업, 투자금융 및 메이저 경영컨설팅 등에 좋은 조건으로 취직하는것이 어렵지 않지만, pre-medical이나 생명과학 전공과 같이 졸업하기 어려운 전공에 있어서는 어렵게나마 졸업하는 것만으로 되는것이 아무것도 없다는게 문제다.
여러번 얘기하는 생명과학, 그러니까 Life science전공은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SKY 의대와 비슷하다. 그래서 UT 라이프사이언스에 합격하면 우리자식이 토론토대학 의대 다닌다고 자랑하는데, 토론토 한국교민들 보면 그렇게 어렵게 의예과 졸업하고 의학전문대학원 다 떨어져서 시간당 20~30$짜리 IB과외를 전전하다가 결국 편의점 물려받아 운영하는집을 쉽게 찾을수 있다.
참고로, 나중에 의대 합격하려면 학점도 최소 3.95는 돼야 원서라도 넣을수 있으며, 학점은 기본으로 깔고나서 MCAT점수도 최상위권이어야 하고 험지에서 응급구조대 근무경험 등도 필수적으로 있어야 가능하고, 그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볼 때 토론토대학 의대에는 토론토대학 생명과학출신보다는 맥매스터대학 헬스사이언스 출신이 더 많이 재학중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각 유명대학의 의대 학부과정을 보면 한국계 학생들을 쉽게 만날수 있는데, 또 특이하게도 이 학생들은 한국에서 중학교나 심지어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니다가 캐나다에 온 학생들이 많다.
즉 이런 학생들은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과 각종 예체능, 과외활동한 경험을 가지고 캐나다의 쉬운 고교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패스하고 각 의대에 합격하는데, 이처럼 의대 학부과정 졸업이 무의미함을 안다면, 그리고 학부에서 3.95라는 살인적인 평점수준을 유지하면서 각종 봉사, 체육활동을 꾸준히 해야만 나중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서 캐나다의사면허를 취득할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단순히 고교성적만 가지고 학생을 의예과에 진학시키는 황당한 진로지도는 할 수 없을것이다. 이런것은 진학지도나 입시컨설팅이 아닌, 학생의 장래를 망치는 것에 불과하다.
아울러 토론토의 백인 고소득층에서는 아예 white exodus현상도 있는데, 토론토대학에 동양인과 흑인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대도시를 벗어나 교외권 대학으로 탈출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킹스턴에 있는 퀸즈대학을 넉넉한 백인자녀들이 토론토대학보다 더 선호하는 이유다. 백인자녀들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집을 떠나 혼자 대학생활을 하고싶어하는 경향도 있어서 더욱 퀸즈대학 선호현상이 두드러진다. 온타리오의 대학등록금 지원프로그램인 OSAP은 가정소득에 비례해서 지원금액이 나오는데, 퀸즈대학교는 OSAP 지원을 받는 학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두서없이 토론토대학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여러가지 모아 번외편을 적었는데, 온타리오에 사는 교민들은 누구나 잘 알고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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