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대학랭킹을 말하려면 먼저 내신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고등학교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높여서 좀더 좋은 대학에 합격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대학의 랭킹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대의 비인기학과에 입학하는 것이 성균관대의 인기학과에 입학하는 것보다 큰 박수를 받으며 지방소재 고등학교에서는 종종 서울대 산림과학부 합격축하 플랭카드 같은것을 쉽게 볼수 있다. 최근 입결을 보면 서울대 산림과학부와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 또는 고려대 기계공학이 동일선상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인들의 선호도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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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서 연고대 야구잠바 입고다니면 누구나 한번씩 힐끔거려주지 않고, 오히려 추운데 얇은 서울대 과잠바 입고다니면 사람들이 다 비웃는다. 하지만 2018년 현재까지도 한국에서는 전공보다 학교의 네임밸류를 좀더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캐나다에서는 철저하게 학교 자체의 랭킹(그런것이 있다면)보다는 전공학과의 특성과 전망을 우선시한다.
예를 들어 워털루대학 소프트웨어공학전공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IBM 정도의 기업체에 입사하는 것은 졸업하기만 하면 가능하지만, 토론토대학 비인기학과 졸업생들중에 온타리오 외곽의 편의점이나 가족의 작은 비지니스를 물려받아 운영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워털루대학은 전공불문하고 한국계 우수한 학생들이 전혀 선호하지 않는다. 반면에 캐나다인들 사이에 토론토대학은 취직이 안된다는 농담반의 선입견까지 있다. 토론토대학 졸업후에 장기간 구직에 실패한 나머지 2년제 컬리지에 재입학하는 사례 역시 너무나 많다. 속사정을 알기 전에는 한국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Maclean의 2018년 대학통계를 보면 토론토대학의 졸업률은 79.4%이며, 이 수치는 휴학 등은 제외하고 순수 학업기간만 7년내에 "학위"를 받고 졸업한 학생의 비율이다. 졸업요건만 맞춰서 학위없이 수료하는 학생이나, 아예 중도포기한 학생이 20%를 넘으며, 4년내에 학위를 받아 졸업하는 학생은 40%에 불과하다. 그 이유를 좀더 알아보자.
캐나다 주요대학은 대부분의 과목이 절대평가에 준한다. 이것은 학생에게 강제로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실제로는 각 과목평균을 60점에서 69점 사이의 C학점에 수렴하도록 운영한다. 주요과목이라면 중간고사 평균은 인위적으로 평균 60점 이하가 되도록 출제하고 기말고사는 70점 초반에 수렴하도록 출제해서 최종적으로 과목평균이 C학점이 되도록 한다.
이런 학사운영이 가능한 이유는 대학측에서 최종 과목평균이 B학점 이상인 강의에 대해 다음학기 폐강 등의 엄격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소위 "C학점 중심의 학사운영" 을 이해한다면, 이제 대부분의 전공과목에서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중간에 수강취소를 하거나 F학점을 받아 본인의지와 관계없이 4년내에 졸업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통과하지 못한 과목은 대개 다음 학년도에 개설되기 때문에 한 과목이라도 F를 받게되면 학생의 선택은 1년을 기다려서 같은 전공을 진행하거나, 또는 간편하게 다른 전공으로 바꾸는 선택 중 하나가 된다.
대학의 C학점 운영에 비해, 캐나다 고등학교의 평균성적은 대략 80점 초반에 맞추어 운영하며, 한국학생들은 영어과목을 제외하고는 무난하게 90점 이상을 받는다. 그리고 토론토대학의 입학점수권은 컴퓨터과학 전공만 90점 초반이고 이외의 물리수학과나 생명과학, 문과 등은 여지없이 80점초반이 커트라인이다.
즉 고등학교에서 숙제 내주는 것만 성실하게 했다면 그 고등학교가 비싼 사립학교든 지방산골의 작은 신생학교든 상관없이 캐나다 최고대학으로 알려져 있는 토론토대학에 "입학" 하는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캐나다인들이 토론토대학 입학에 흥분하지 않는것을 이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지인들은 토론토대학 입학을 서울대입학과 같은것으로 보고 자녀의 앞길이 창창하게 열렸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나마 토론토, 밴쿠버의 오래된 한국계 입시학원들은 대개 원장이 서울대 출신에 캐나다 석박사를 거치면서 북미교육을 어느정도 몸소 이해하고 있기에 말도 안되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며, 세치 혀로 교육소비자를 현혹하는 정도가 낮다.
하지만 캐나다 지방의 입시학원 광고를 보면 과연 그들이 캐나다 교육과정자료라도 읽어보기나 한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북미교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장의 돈벌이에 급급한 운영을 하지만 역시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대도시에서도 학생을 초특급 인재로 만들어준다던지 하면서 미국대학등에 관한 허황된 바람을 넣으려는 입시컨설팅 식으로 운영하는 학원들도 가끔 개업은 하지만 교민들의 차가운 반응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즉 최고, 명문, 컨설팅, 최초 등의 수식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정반대의 배경으로 보면 틀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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