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전해드립니다.
하루이틀전에 여러분의 뱃살에 도움되지 않을만한 포스팅을 올렸었습니다. 이번에는 뱃살정도가 아닌, 심각한 혐오감을 불러올수 있는 포스팅이기 때문에 벌레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이쯤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시기를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그럼 마음의 준비가 된 분들에 한해서 계속 읽어나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벌레에 관해 포스팅한 이전 내용은 아래 링크와 같네요.
2017/07/11 - [핼리팩스 여행자] - 핼리팩스 베드버그
2017/08/12 - [핼리팩스 여행자] - 캐나다 집구하기 (노바스코샤 핼리팩스 기준)
당시 올렸던 내용에 대해 주변인들이 궁금하다 좀더 자세히 알려다오 하는 요청이 의외로 쇄도하는 바람에 좀더 자세히 적어봅니다.
1. 베드버그 (bedbug) 의 번식방법
대단히 특이한 방식으로 번식을 하는 생물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수컷이 교미할 때 암컷의 복부를 가시가 있는 생식기로 찌른 후 정액을 주입하는, 외상성 사정 (traumatic insemination) 방식입니다. 칼로 찌르고 칼에 묻은 액체를 주입하는 것과 다를바없는 무식한 방법인데, 베드버그가 개방순환계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도 적당한 위치까지 정자가 이동할수 있으며, 이를 돕기 위해 정자유도기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원시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투입된 정자가 모두 수정기관으로 이동하지는 못하며, 개방순환계의 특성상 그야말로 동물성단백질로 소화되는 부분도 상당수이기는 합니다.
또한 기존의 바퀴벌레류 및 벌(bee)과 마찬가지로, 암컷이 정액을 몸안에 모아두었다가 알을 낳을수도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뭐 당연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암컷이 일단 물리적 손상을 입기 때문에 그만큼 수명이 줄어들게 됩니다만 하도 번식력이 뛰어난 생명체들이어서 전체 집단의 수명에는 아무 관계가 없을정도입니다.
좀더 괴이한 얘기까지 해본다면, 베드버그는 암수관계가 아닌 수컷-수컷관계에서도 위에서 언급한 행위를 하는경우가 있는데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수컷베드버그의 특이부분은 사진 하나를 올리는데, 원래 전자현미경 사진이라 사이즈가 크지만 보는 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임의로 축소해서 올립니다.
2. 베드버그의 천국, 북미대륙
캐나다를 포함해서 북미대륙 자체가 베드버그의 천국이며, 제 개인의견이지만 북미대륙의 카펫생활이 베드버그의 번식에 일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젠가 캐나다 주거문화에 관한 포스팅을 하면서, 집을 구할 때 가능하면 카펫이 깔린 유닛, 더 나아가 카펫이 있는 빌딩 자체를 피하라고 했는데,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베드버그가 발견되면 빌딩매니저가 즉시 페스트컨트롤을 불러주며 집주인 또는 관리회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게 일반적인 사례이지만, 개인소유의 콘도에서는 집주인이 말도안되는 어거지를 써서 방역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뻔한 레퍼토리지만 세입자 당신이 베드버그를 어디서 묻혀와서 내 집에 피해를 준것이 아니냐 식의 클레임이죠.
제대로된 회사가 관리하는 아파트건물이라면 이런식으로 세입자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그 악명높은 K*m 관리회사도 이 문제라면 모든 비용을 부담해서 방역처리를 해줍니다.
그러나 방역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끝나는것이 아닙니다. 투베드 정도 아파트 유닛 기준으로, 방역비용은 캐나다달러로 300달러 이상 소요되며, 웬만한 단층하우스는 500달러, 복층하우스는 방문견적을 받아야 하는 수준의 비용이 듭니다. 그러나 비용을 떠나서, 방역회사가 약 3주 간격으로 3회 방문을 하는데, 방역회사가 방문하기 직전에 집안의 모든 가구를 벽에서 일정거리, 약 1피트 정도 이격시켜놔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집안에 책이 가득한 책장이 여러개 있다든지 하는 경우에는 힘든 하루가 되겠지요. 물론 베드버그에 시달리는것보다는 이런 수고로움을 감당하는것이 훨씬 더 좋은 방법입니다.
3. 피레스로이드 (Pyrethroid, Pyrethrin)
역시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한국 약국에서 저렴하게 쉽게 구할수 있는 그 약품의 주 성분입니다. 애완동물을 폐사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성체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 약물이며, 베드버그의 알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방역업체도 베드버그의 4주 라이프사이클에 맞춰서 3주간격으로 3회이상 방문하는 것입니다.
북미대륙에서 가정환경에 대량살포가능하도록 법적으로 인가된 유일한 살충제이기도 합니다. 그럼 바퀴벌레류처럼 특정 살충제에 내성을 확보한 베드버그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베드버그가 피레스로이드계열 살충제에 내성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살충제내성이 언젠가 닥쳐올 것으로 보고, 비화학적 살충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과량의 이산화탄소를 써서 베드버그 질식시키기, 열풍으로 구워버리기, 규조토를 이용한 살충 등 다양한데 말 그대로 원시적인 방법들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좀 현대적으로 보이는 대안이, 베드버그를 잡아먹고 사는 천적인 바퀴벌레를 이용해서 베드버그를 퇴치하는 시나리오의 연구인데, 이런 방법으로 베드버그를 퇴치하고 나서 남은 바퀴벌레는 어떻게 처리할건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남은 바퀴벌레는 바퀴벌레를 먹고사는 특정종류의 개미를 번식시켜서 바퀴벌레를 2차로 퇴치하고, 남은 개미는 설탕류로 유인해서 최종적으로 퇴치한다는 식의 연구가 유명대학에서 박사급 연구원들에 의해 진지하게 연구되고 있는 중입니다.
4. 침대
네, 베드버그가 발견된 집이라면 침대매트리스와 침대프레임을 미련없이 버릴것을 권합니다만.. 침대프레임은 금속제인 경우에 한해 뜨거운물로 처리한 후 일광소독해서 재사용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금속제프레임은 소비자가가 얼마 안되는 저렴한 물건이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재사용할 의미가 없기는 합니다.
5. DDT라면?
맞습니다. 살충제의 끝판왕인 DDT라면 베드버그 따위는 어렵지않게 박멸가능합니다. 그렇지만 DDT는 사람도 같이 잡는다는 문제가 있고, 또 북미대륙에서는 가정용으로 사용하는것이 불법이기도 합니다.
6. 세티리진 (cetirizine)
캐나다에서는 의사처방받은후에 몇십달러를 지불하고 손에 넣을수 있는 전문의약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아무 약국에서나 처방없이 단돈 몇천원에 구입가능한 약품입니다. 베드버그에 물린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물린 상처가 대단히 가렵기 때문에 비비고 긁는 과정에서 생기는 2차감염을 막기 위해 비수기성 항히스타민제중에 일반의약품인 세티리진을 사용하면 가려움이 훨씬 완화됩니다.
물론 이것은 성분명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의 약은 없으니, 약국에 가서는 "지르텍 비슷한것중에 제일 싼걸로 주세요" 라고 하면 약 10종류도 넘는 약품중에 하나를 골라줄 겁니다. 제가 재작년에 종로5가 대형약국에서 10개들이 한통에 천오백원쯤 주고 구입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도 큰 변화는 없을듯 합니다.
또한 세티리진계 약품은 벌 독에 대한 알레르기에도 응급조치로 안전하게 사용가능합니다. 캐나다에서 벌에 쏘인 다음에 본인이 알레르기체질인걸 알았다면 별수없이 911 부르고 핼리팩스 기준 200달러 이상의 앰뷸런스비용을 후불로 지불하고나서 무상의료로 한참 기다려서 의사진료를 받은후에 약값은 본인부담해야 하니, 이 약품도 한국에서 하나정도 구비해오면 캐나다생활에 도움이 되실것 같습니다.
참고로 911 전화해서 한국통역 요청도 가능하며 상당히 빠른시간내에 통역서비스를 연결받을 수 있고 별도의 통역비용 같은것은 없습니다. 핼리팩스 시내 대형병원들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인통역을 요청할수는 있는데 당일 배정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미리 전화로 통역을 요청하고 약속시간에 맞춰서 병원을 방문하면 무료로 한국인통역을 대동하여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 의료관련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예약후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예전에 한국에서 하던일 관계로 이 생명체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어서 아는대로 상세히 포스팅했습니다. 베드버그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많이 해소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캐나다에서 베드버그가 박멸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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