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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교육정보

캐나다 공교육 5편 (College와 University)

캐나다 취업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단어 중의 하나가 "overqualified", 즉 일자리에 비해 과분한 학력/능력을 갖춘 지원자는 종종 쉽게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고용주나 리크루터의 수사적인 표현에 가깝기는 하지만 경험상 이 단어는 두가지 정도의 상황에서 쓰이는데, 1) 지원자가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거나(not a fit), 2) 지원자에 걸맞는 보수 수준이 높아서 채용하더라도 지원자가 오래 근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stagnant or overskilled) 경우다. 


교육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적기에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을 한가지 목표로 한다. 북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교육기관(post-secondary)은 대학, 전문대, 직업학교, 군 교육기관 등이 있으나, 그 중에서도 학문과 직업능력의 균형점에 위치한 것이 바로 한국명칭으로는 전문대에 해당한다. 

미국, 캐나다, 그리고 캐나다의 각 주를 보더라도 전문대와 대학의 구분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것이 보통이나, 캐나다 동부지역에서는 college를 2년~4년간의 정규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곳으로 보며, university는 특정한 대학을 지칭하는 경우에 주로 쓰인다. 즉 약대나 의대에 다니는 학생이든, 요리학과 학생이든 상관없이 모두 자신을 college student라고 말한다. 다만 2년제학교를 특정해서 말할 때에는 community college라고 한다. 

여기서 학생구성의 면면을 볼때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4년대학에서는 30세가 넘은 학부신입생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운 반면에, 2년대학에서는 은퇴자 연령대들도 쉽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는 점이다. 


장황하게 college와 univ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취업시장에서 overqualified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주요한 척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국가직업코드 NOC의 분류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다.


  • NOC 0, 매니저 직업군 (식당 매니저, 선장, 광산 관리자 등)
  • NOC A, 전문직군 (의사, 약사, 건축사 등)
  • NOC B, 숙련직업군 (전기기술자, 요리사, 배관공 등)
  • NOC C, 비숙련직업군 (트럭운전사, 식당서빙 등)
  • NOC D, 노동직업군 (농장인부, 식당청소, 광부 등)


이 기준으로 볼 때, 매니저 직군은 적어도 2년제 이상의 대학학위를 요구하며, 전문직은 4년제이상 학위, 숙련직업군은 2년제학위 이상, 비숙련은 고등학교 졸업 이상, 노동직업군은 학위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것이 원칙이다. 

즉 요리사 채용공고에 4년제학위인 bachelor가 지원하는 경우나, 장거리 트럭운전사 채용공고에 2년제 diploma가 지원하는 경우는 일단 리크루터가 overqualified로 분류하기 때문에 1차 전화면접기회를 얻기도 쉽지않다. 


그러나 2017년 기준 한국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은 68.9%이며, 그나마 2005년의 82.1%에 비해서는 지속적으로 낮아진 결과이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당장의 대학진학률을 떠나서, 2년제 또는 4년제 학위를 가진 성인인구를 전부 합해도 60%가 되지 않는다. 

즉 캐나다의 상식으로는 모든 한국인이 4년제학위를 가지고 있는점을 이해하기 어려우며, 더욱이 한국의 국가대표급 운동선수들이 대부분 연고대 출신인 것을 일종의 조크로 받아들인다. 반면에 노바스코샤 출신의 유명 하키선수인 Sidney Crosby는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캐나다에서 엄청난 대우를 받으며, 운동선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와 같이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명문대학과 연관지으려는 것은 오히려 인생에 마이너스가 될수도 있다. 토론토대학교를 어렵게 졸업한 후에 장기간 구직실패 후 2년제 컬리지의 숙련직업 관련학과에 다시 입학하는 것은 본인으로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그간의 캐나다 생활로 볼 때 캐나다인들도 고학력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은 없지 않으나, 기술직업군의 연봉이 전문직군보다 높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자녀가 선택할 직업에 대한 편견은 별로 없다. 

다만 배고픈 예술직종은 캐나다에서도 부모가 선호하지 않기는 하지만, 어쨌든 캐나다에서도 이민정책의 영향으로 청년실업이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런 면에서 갈수록 공립 전문대의 입학경쟁률과 대기인원이 늘어만 간다. 


이런 배경을 두고보면, 자녀의 적성과 능력, 그리고 가계의 경제적 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토론토대학을 권하거나, 심지어는 엔트리급 독일차를 타는 부모에게 무차별적으로 미국대학 진학을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그간의 글을 통해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